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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6/07/25  도깨비 신부 (4)
작가 '말리' 의 만화. 한국만화다. 허브에 연재되는 모양이던데 허브가 아직도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지는 모르겠다.
나인 폐간될 때 이미 만화잡지는 관심을 끊었다. 보물섬부터 소년중앙에 르네상스 윙크까지. 과월호는 헌책방에서까지 집어다가 분철해서 봤던 나인데 이제는 그다지 손이 안 간다. 요새 본 한국만화는 '궁' 과 '도깨비 신부'가 다다. 궁은 드라마 하기 전에 '입헌군주제'라는 소재가 참신한가 싶어서 봤지만, 참신한 소재를 굳이 초딩연애물로 갖다 붙여 놔서 최근엔 나오든지 말든지-_-가 됐다. (다만 드라마 마지막회에서 주지훈의 윤은혜 어깨 키스신은 끝내줬다! 입술에 하는 거보다 백만배는 더 심금을 울리는 그것이었던것이었따. ㅠ_ㅠ 궁에 대한 소감은 드라마가 너무 잘 만들어졌다 뿐이다. )

도깨비신부는 P가 추천해줘서 봤는데, 일단 그림체는 예전 만화잡지 볼 때 한국만화 필치가 느껴져서 마구 반가웠고, 펼쳐서 보는 순간 어느새 이미 몰입해 있더라. 내가 만화책 보면서 스토리에 푹 빠져서 본 건 너무 오래간만이었다. 대여점에서 두 권 빌려 온 건 잊어버리고, 책 끝나가니까 다음권을 더듬더듬 찾다가 보던 거 마저 보고 나서 내가 출간된 권수 전부를 빌려오지 않았다는 걸 알았다. 책 두 권이 두 권의 시간으로 느껴지지 않게 몰입도도 좋고 전개도 빠른 편이다. 한국만화 요새 본 거 중에서 가장 좋다. 요새 본 일본만화랑 통틀어 순위를 내도 제일 좋다. 충사 이후로 만화책 사고싶다 하는 생각 없었는데, 이거라면 사서 끝까지 봐도 괜찮을 것 같다.

소재? 미묘하고 나름대로 무모하다 싶은 소재다. 무속과 도깨비에 대한 이야기. 귀와 신을 보는 주인공과, 주인공이 부리는 도깨비, 주인공의 혈통에 대한 이야기와 주인공의 방황으로 5권까지 이야기를 풀어놨는데, 다음 권 너무 궁금하다. 도깨비라는 걸 굉장히 친근하고 순박하고 어설프지만 귀여워 죽을것 같이 묘사해놔서 더 재미있게 봤다. 어떻게 보면 온통 음울하고 침울하기만 할 것 같은 이야기를, 묘하게 재미있게, 그리고 궁금하게 풀어놨다. 왜 그런 느낌 있잖나. 누군가 이야기를 시작하고 그 이야기에 빨려들어갈 것 같이 몰입하다가 어느 순간 이야기가 잠시 끊기면 다음이 너무 기다려지고 못 참을 것 같이 조바심나는 그런 기분.

대대로 신을 섬기던 혈통에, 접신하지 않아도 귀와 신을 볼 수 있는 강한 기운의 아이가 태어나 겪는 파란만장한 스펙터클 스토리!라고 요약하면 그다지 스토리라인에서 벗어나지 않은 묘사 같지만, 이거 그렇게만 묘사해 버리고 넘어가기에는 너무 아쉽다. 간만에 이렇게 재미있는 만화책 드물게 봤다. 힘들고 어둡지만 힘들지만도 않고 어둡지만도 않다. 작가의 그림에서, 이야기의 흐름에서 드물게 힘을 느꼈다. 밀고 당기다가 결국은 해피엔딩뿐인 연애스토리도 아니고 자극적인 묘사나 허우대뿐인 중세 유럽의 나사빠진 묘사같은걸로 흐물거리는 판타지도 아니다. 왠지 내 이야기는 아니지만 어디선가 읽고 보고 느꼈던 우리 이야기 같다는 느낌을 주는 건 작가의 어떤 힘일까. 너무나 통속적이지 않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같이 공감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이건 내가 한국인이기 때문에 느껴지는 걸까. 한국 사람들한테 아직 마음 밑에 가라앉은 보편적 정서가 남아있는 걸까? 난 그런 걸 느꼈는데 다른 사람들도 그런걸까. 다른 나라 사람들한테도 그럴까? 너무 친근해. 옛날 이야기 같아. 도깨비라는 걸 그렇게 책 속에서 살아있게 해줘서 기뻤고 내가 이 쏟아져나오는 수많은 책 속에서 이걸 놓치지 않았다는 게 기뻐.

한마디로, 나 이 책 너무 좋아. 작가분 너무 존경해. 내가 지금 그 옛날 만화잡지 분철해서 모으면서 불타던 그 시절에 있는 것 같아. 다음권 기다리고 있으니까 얼른 내줘. 이거 끝 어설프게 맺으면 정말 화날거야! 어설퍼지기엔 이거 너무 좋아. 흐르는 분위기 자체가 나한테는 엄청나게 그리운 그런 거라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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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7/25 22:32 2006/07/25 2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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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眞伶  2006/07/25 23:2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접신하지 않아도 귀와 신을 볼 수 있는 강한 기운의 아이가 태어나 겪는 파란만장한 스펙터클 스토리!
    라는 소리에 백귀야행생각이 슬쩍 나네요.(..뭐 그집안은 다 그렇지만요..orz)

    흐흐 한번 찾아봐야겠어요~_~
    • mysticat  2006/07/25 23:44     댓글주소  수정/삭제
      환상적이고 몽환적인 스펙타클이라기보다는 좀더 현실적인 스펙타클에 가까운듯해요. 부딪히고 배척받고 하는 그런 거요.
      리쓰는 그런 '안 보이는 것'을 보는 데 대한 괴리감과 자괴감, 남들과 다른 데서 오는 정신적 고통은 없지만 도깨비신부의 주인공은 그런점이 보이거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런 것들만은 아니라서 전 너무 좋더라구요. 도깨비가 너무 귀엽고ㅠ_ㅠ 백귀야행이랑은 좀 다른 의미로 좋았어요. 보시면 참 다르실거예요'ㅁ' 제가 살짝 취해서 좀 애매하게 써놨는데 ㅠ_ㅠ;;
      이렇게 말로는 아무것도 설명이 안돼요ㅠ_ㅠ 꼭 보세요 +_+!
  2. delius  2006/08/02 00:0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헌책방에 묶여 있길래 사다만 놨는데 글 읽고 보니 갑자기 보고 싶네요. 뒤져봐야 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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