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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간 판타스틱 봄호'에 해당하는 글들

  1. 2009/04/18  계간 판타스틱 봄호 - 중세 유럽의 장르문학

태초에(뻥이다) 움베르토 에코가 가라사대(진짜다) 공부많이해서 제대로이해한 사람은 설명도 쉽게 글도 쉽게 쓰는 법! 이라하시었노니. 무척 본받고저 하였으되 그게 말처럼 쉬우면 내가 지금 세계정복도 했겠네. 여튼 몇년만에 저 말이 생각나는 글을 봐서 신났다.

Fantastique 판타스틱 2009.봄 - 10점
판타스틱 편집부 엮음/페이퍼하우스



올해부터 판타스틱이 월간지에서 계간지로 전환한다하여 기대했는데 한동안 안사던게 아까워서 중간에 빠진권을 도로살까 싶을정도로 촘 괜찮게(텍스트만 빡빡하게 happysf무크삘로)나와서 아싸가오리. 봄호는 창간시 내가 기대했던대로의 삘로 충만했다. 게다가 우주적으로 산만했던 기사들이 빠지니까 간지작살. 나만 이렇게 생각하나?

읽으면서 움베르토 에코까지 떠올렸던 글은 판타스틱 봄호 맨 마지막 글 [중세 유럽의 장르문학]
이거 좀 제목하고 완전 다르게 머리에 쏙쏙 들어오는 명문이었다능. 전혀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에게 전공자가 할 수 있는 최상급의 설명이란 바로 이런거다! 라는 생각이 물씬드는 내용이라 움베르토 에코의 말까지 생각날 정도. 표현도 아름답게 대놓고 뻥! 이라거나 팬픽!이라거나 먼치킨 남주 여주 등등 용어가 완전 익숙한데다, 미술사도 덕질이고 문학사도 덕질이고 세상에 덕질 아닌건 없다고 생각하는 나에게 대놓고 전공자가 중세문학 설명하면서 오덕이란 표현을 써주시니 아이고 아름다워라+_+

읽으면 머리속에 쏙쏙 들어오는데! 내용도 중요한것만 꼭꼭 짚어주는 센스가 느껴지는것이. 그 센스라는게 여기 내가 말로 표현할 재주가 없는게 안타까움. 그래서 약간 옮겨보면

p452
수도원에서 생산되는 책들은 물론 성서나 성서에 대한 주석, 신학서적, 성인전 등 종교적인 애용이 주지만 간혹 남는 페이지에 세속적인 영웅서사시가 적혀있는 경우도 있었다. 세속적인 서사시를 성직자가 쓰는 경우도 아예 드물지는 않았다. 독일어권에서 가장 오래된 영웅서사시 <힐데브란트의 노래>가 적혀있던 곳도 수도원 문서였다. 이에 대해서는 (1) 효과적인 선교를 위해 일반대중들의 입맛에 맞는 아이템도 연구수집했다 (2) 성직자계층 내에도 영웅서사시 오덕이나 아서왕 전설 오덕들이 존재하여 성경은 안 읽고 "하겐이랑 뤼디거가 싸우면 누가 이길까"같은 걸 고민했을지도 모른다 (3) 그냥 시간은 남는데 라틴어 읽기는 싫었나보다 등등의 여러 가설들이 있다.

으엉 정리 짱이야 ㅠㅠ 명쾌한데 완전 이해된다 ㅠㅠ;


p455 죽자는 영웅서사시와 연애하자는 궁정소설 비교 부분

전략 - 심지어 남주 롤랑은 죽기 전에 자기가 죽으면 자기 칼이 이교도들 손에 넘어가 욕을 볼까봐 가슴이 아파 통곡을 하면서도 약혼녀 팔자는 전혀 머리에 떠올리지 않는다. "여친보다는 칼"인 셈인데, 아닌게 아니라 영웅서사시 등장인물들은 자기들 칼에 이름까지 붙여가며 애지중지하게 마련으로 그나마 자기 칼을 임신시킨 영웅서사시 주인공은 없다는 게 천만다행이다. 그리고 <롤랑의 노래>의 여주인공의 유일한 출연장면은 고양에서 내내 집 지키고 있다가 남주의 전사소식을 듣고 기절해 죽어버리는 대목뿐인데 즉 여기서도 방점은 "연애"가 아니라 "죽자고"에 찍힌다. -후략

표현이 주옥같다 칼을 임신시켜 ㅠㅠㅠㅠㅠㅠ 이런거 잔뜩 있음 ㅠㅠ


내 말의 포인트는, 맨 첫줄에 쓴 그대로 전공자가 자기 전공을 쉽게 풀어쓴 사람이 정말 이해한 사람이라는거. 그냥 서점에 가서 맨 뒷부분의 이 글 한번 읽어보면 이게 다루는 주제를 얼마나 쉽게 풀어 쓴건지 이해하게 될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음(비전공자 1인이 전공자가 하고자하는 말을 거진 다 이해한것 같으니 ㅠㅠ 이건 글쓴이가 잘난거다). 그리고 사야할걸~ 나도 학교다닐때 졸업논문을 이렇게 쓸 재주가 있었으면 했던 시절이 있었는데 초심자에게 이상적인 개설하는 글을 보니 새삼 감동에 북받쳐올라 이 한밤에 키보드를 잡고있다. 글쓴분 존경해요. 주지하는 바와 같이-_-따위의 헛말 없이도 얼마든지 쓸수있고 훨씬더잘 이해할수있다능. 독일에서 문학전공하신다는데 한국오시면 밥 쏠 의향 있사와요(진담) 희희. 교과서가 이러면 공부 짱잘할수있을듯.

글 맨 마지막에 ' 이 글의 목표는 원래 현대 한국독자들에게 진입장벽이 다소 있는 유럽의 중세 속어문학을 소개하여 그게 되게 재미있는 거라고 세뇌함으로써 번역본 좀 사보게 만드는 데 있다'  라 하셨는데, 성공하셨다. 적어도 '대체 왜 등장인물들은 죽어나자빠지나' 라던가 '이 쓰잘데기없는 묘사들 언제 끝나 버럭!' 또는 '아 이거 열라 명작이라는데 왜 이걸 읽고 있는 나는 졸리나' 에 대한 의문을 명쾌하게 해소하여 주셨으니 잠재적 독자 1인 확보하신것이옵니다.

추천! 이번 판타스틱 봄호의 엑기스라고 보는 1인. ㅋㅋㅋ 좋다고 끄적인 글이 글쓴분께 누가 되지 않기를 바라마지않사옵니다. 정말 멋졌어요! 사라!!!!!!!


덧 : 바탕에 빨강 까망색 넣고 위에 활자입히거나 일러스트와 활자가 섞였던 예전에 비해서 훨씬 읽기편해진듯. 가격대 성능비는 예전 월간지때보다 나아졌다고 생각한다. 한국 최초의 본격 추리소설가 김내성의 소설들은 오래됐는데도 재미있어서 깜짝놀랐음. 그리고 이 쪽수 완소. 판타스틱 창간호부터 1년반정도 사다 잠시 끊었는데, 여태까지의 판타스틱들 중에 제일 나은듯! 환골탈태로군요+_+ 진심으로 다음호를 기다리고 있음.

덧덧 : 또다른 스페셜코너인 고대 중국의 기담, 몽 그리고 환 이거 읽으면서 고양이 대학살과 민담의 역사적 기원 이 두 책 생각났다능. 쟤들도 추천. (민담의 역사적 기원은 절판이지롱 그러나 나는 갖고있지롱!)


덧덧덧 : Happy Birthday to 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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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4/18 04:20 2009/04/18 0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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