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행했던 estea의 현장기록.
난 그렇게 도덕적이거나 정의를 부르짖거나 하는 사람은 아니다만 최근엔 거의 잠을 못잤다. 일 끝나고 들어오면 12시가 넘고, 들어와서 컴퓨터를 켜면 블로그를 돌다가 욱 해서 아프리카 방송중계 틀고 안절부절못하고 방송보다가 방송 다 끝나고 새벽에야 겨우 잠드는 일상을 일주일 넘게 반복했다. 미안했다. 같이 서있지 못해서. 아니다. 못했다는 건 거짓말이다. 안한 게 맞다. 솔직히 일 끝나고 가서 시위하려면 얼마든지 할 수 있었다. 하지만 밤에 일하는 사람이라 먹고 살기 위해 어쩔 수 없다고 자위하면서 그냥 방송만 보고 발을 굴렀다.
그냥 안 보고 있을 수도 있었다. 그냥 신경 끄고 누워 자면 될 일인데도 그게 그렇게 되질 않더라. 관련글 안보고 신경 끄고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냥 소위'무임승차'할 수도 있는 일이긴 했다. 근데 내 죄의식이 잠을 못자게 하더라. 지금 나도 저기 있어야 하는데. 같이 소리쳐야 하는데. 한 사람이라도 목소리를 더 내야 하는데.
촛불문화제에 처음 나간 것도 사실 같은 맥락이었다. 내 뚜껑이 열렸다고 처음 느낀 건 5월 2일(날짜도 기억한다 제길) 청문회였나. 기자회견이었나.. 미국산 쇠고기 30개월 넘은 건 마블링이 좋아 맛이좋네. 광우병에 자주 노출되어야 면역이 생기네. 이딴 소리만 지껄이던 방송 때문이었다. 내 국적은 한국. 내 모국어는 한국어. 내가 사는 나라의 정부에서 '위험이 있는' 걸 수입하면서 방송에 나와서 저게 할 말인가 싶었다. 심지어 소뼈 고아먹는 '비헤이비어'가 문제라고 이지랄. 아놔. 영어몰입교육 받으면 중간중간 그렇게 영어단어 섞어쓰냐 싶어서도 웃겼지만, 그런 '비헤이비어'가 있다는 걸 아는데도 굳이 수입을 우기는 작태도 우스웠다.
그런거다. 내가 화가 난 건 소고기 수입 이전에 정부의 국민에 대한 태도가 화가 나서다. 협상 대충 하고 와서 왜 국민을 말도 안되는 소리로 설득..도 아니고 속아넘기려고 하는건지 모르겠는거다. 이것만 잘못된 게 아니다. 운하도, 공기업 민영화도 다 말이 안되는 일들 뿐이다. 그럼에도 정부의 대응은 그냥 '주는 거 쳐먹어' '시키는 대로 해' 라는 식으로밖에 들리지 않는다. 잘 모르는 늬들을 위해 내가 친절히 알려주마. 내 시키는 대로 해라는 식의 '선민의식'으로밖에 안 보인다. 화가 난다. 촛불을 켰다.
그래서 5월 3일 촛불문화제에 갔다. 그 이후 한번 더 갔다. 말도 안되는 일 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이렇게 많다는 걸 알리려고. 쪽수 하나라도 더 늘리려고. 내 의견을 표현하는 한가지 방법이라고 생각해서. 누군가에게 무임승차 소리 듣고 싶지 않아서. 나 스스로에게 떳떳하고 싶어서.
그리고 몇주 후. 눈도 깜빡하지 않는 정부 하는 꼴 우스워서 일주일 계속되는 시위에 밤새 중계방송만 보면서.. 토요일만 기다렸다. 그리고 토요일 현장에 갈 수 있었다. 5월 31일. 나는 동십자각 앞에 있었다. 최전선은 아니었지만 전경들 충분히 보일 만한 곳에 있었다. 솔직히 무서웠다. 나 여기까지 왔지만, 솔직히 자기만족에 집에서 편히 발 뻗고 자려고 온 게 맞다. 죄의식에 잠을 못자느니 현장에 나오는게 낫겠다 싶어서 나온것도 맞다. 하지만 무섭지 않았던 건 아니다. 무서웠다. 그래도 연행되어가고 다친 많은 사람들이 있는데 그냥 뒤에만 있으면 안될것 같았다. 소심한 나는 결국 나 편하자고 나온게 맞다. 마음 편하자고.
이게 폭력시위일까? 난 아니라고 생각한다. 솔직히 거기서 청와대까지 뚫고 들어가려는 움직임이 없지는 않았지만 대다수 사람들은 서로 알아서 자제하는 분위기였다. 기자들도 앞에 가서 사다리 놓고 사진 많이 찍었고, 옆건물 계단쪽에 있어서 상대적으로 주변이 잘 보이는 위치에 있던 사람들한테 상황좀 알려달라고 소리치기도 하고. 누군가 가져온 초코바를 나눠주는가 하면 물도 주고. 조금 앞으로 밀린다 싶으면 외치는 '비폭력 비폭력' 혹시 다친 사람이 생기면 옆에 의료반 7조 분들이 계셨는데 손끝이 까졌다거나 하는 작은 상처 하나도 그냥 넘어가지 않고 세심하게 봐주셨다. 난생 처음 보는 분들인데 서로 휴대폰으로 온 문자를 공유하고 나도 이글루 들어가서 정보 뜨나 보고 알려주고 디엠비 틀어보고. 그냥 무슨 콘서트 온듯한 기분좋은 분위기. 아 나는 이런 곳에 있구나. 진작 나올 걸 그랬구나. 했다. 어차피 차 끊어지기 전에 들어가려고 올 마음도 없었으니까 신경쓰지 않고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노래하고 목이 터져라 소리지르고 그러고 있었다. 중간에 '명박이 퇴근했다'소리가 나와서.. 조금 어이가 없었다. 잠이 오니?;
앞에는 전경차 두대가 가로로 막고 가운데는 조금 뚫린 부분은 전경차 머리가 들어와 있는 듯 보였다. 갑자기 오른쪽 벽 부분. 전경들이 세네줄로 서서 벽과 차 사이를 가로막고 있던 그 부근에서 흰 연기가 피어오른다. 뭔가 하고 봤더니 갑자기 숨이 막혔다. 잘 안쉬어진다. 기침이 좀 났다. 매캐했다. 이건 뭘까 싶었다. 경찰쪽에서 뿌린거 같았는데. 나중에 들어보니 소화기라고 했다. 처음 뿌려진것보다 나중 뿌려진 것들이 훨씬 약한거 같았는데. 그냥 다들 소화기라고 한다. 나도 잘 모르겠다 전문가는 아니니.. 그래서 조금 뒤로 나왔다.
그리고 소화기로 추정된다는 연기가 몇번 더 났다. 마셨다. 힘들었다. 그리고 잠시 후 물대포가 쏟아져 내려왔다. 수압이 그렇게 센 지 몰랐다. 사람들이 밀렸다. 흠뻑 젖었다. 앞에서 사람들이 뒤로 실려나왔다. 놀랐다. 화도 났다. 앞에 계시던 여자분들 물 많이 맞고 흠뻑 젖어 덜덜떨고있다. 그리고 잠시 소강상태가 왔다. 그래도 아직은 여유를 가지고 '세탁비'라던가 '더운물'이라던가 '물값내'라던가 하는 센스만점의 구호들을 연호할 수 있었다. 누군가 시작하면 따라하고 추웠지만 웃었다. 하지만 금방 또 다음 물대포. 정황이 정확히 기억이 안난다. 물대포가 무섭고 끔찍했던것밖에는 기억이 안난다. 물을 맞았다. 방수가 된다는 옷을 입었는데도 물이 안으로 샜다. 추웠다. 덜덜 떨렸다. 하루종일 먹은게 닭 몇조각에 맥주라서 그런가 춥고 떨리는데 구역질도 올라왔다. 이쯤이 한 새벽 3시정도였던것 같다. 다른 분들은 시간대별로 명료하게 쓰시던데 잘 모르겠다. 아 이러다 쓰러지겠다 싶었다. 뒤로 좀 빠져 있다가 새벽에 택시를 타고 집으로 왔다. 집에 와서 토했다. 울었다. 4시간쯤 잠들었다 다시 일어나서 정신없이 일하러 갔다. 일요일 일 끝나니 여섯시다. 몸이 아파서 봤더니 여기저기 멍이 들었다. 일단 자야겠다는 생각만 들었다. 그래서 자러 들어왔으나.. 또 밤새 중계방송 다 보고 끝나서야 5시쯤 잠이 든 것 같다. 이럴 바에야 그냥 나갈걸 싶은 마음만 든다. 쓰러지더라도 그냥 그 자리에 있을걸 싶다. 친구 해야가 '장기전이 될거같으니까 체력을 아끼자'고 날 위로해줬지만.. 연행되신 분들 피흘리시는 분들 전부 다 내 대신 거기 가계셨다 다치고 피흘리고 연행되신 것 같더라. 슬펐다.
나중에 보니까 군화발로 밟히신 분.. 같은곳에 계셨더라. 고대 총학 공감 깃발 살수차 맞아 부러지고 기수도 다쳤다던데. 그분도 깃발 본 기억이 났다. 다치셨더라. 여기저기 블로그를 보니 같은 곳에 계셨던 분들 글이 있다. 죄송스럽다. 일찍 나와서. 새벽에 강제연행되던 사진 보니까 또 눈물이 났다. 그러고 보니 물대포가 쓸고 지나간 자리에 있던 주인잃은 부서진 안경테가 생각났다. 한두개가 아니었다.
무서운데. 맞을까봐 무서운데. 그래도 또 나가야겠다. 청와대 앞이라는 위치때문일까? 새벽의 경찰특공대 강경진압때문일까? 언론의 보도가 바뀌었다. 우린 아무 무기도 안들고갔다. 하다못해 마스크 안 쓴 사람이 더 많았을 정도로. 그냥 퇴근복장, 데이트복장 그대로 얇고 얇은 하늘거리는 옷 입은 여자분들도 머리감고 나온 듯 흠뻑 젖어 덜덜 떠셨고 남자분들도 옷 얇기는 마찬가지였다. 뭐가 무기라는거야. 그런데 왜 도망가는 사람을 뒤에서 곤봉으로 후려치냐구. 이름표는 왜 가리고 나온거지? 이게 지금 폭도로 보이나. 구두신고 치마입은 폭도봤나. 우린 딱 피켓만 들었을 뿐인데. 그래도 많은 영상과 많은 사진들이 넷으로 뿌려졌다. 다들 눈감고 귀막았더라도 이젠 피해갈 수 없을 정도의 정보들이 인터넷에 넘쳐난다. 제발 더 많이 퍼지길. 조금이라도 심각하다는 걸 알아주길. 그리고 남의 일이 아니라 내 일이라는걸, 내 가족 내 연인 내 자식의 일이라는 걸 생각해주길 바란다.
위안이 되는 사실은, 내가 맞더라도 누군가 내가 맞는 것의 증거를 남겨줄 수 있는 상황이라는 거. dslr과 캠코더, 핸드폰 카메라와 무선인터넷이 우리의 무기라면 무기인가보다. 난 같이 욕하지 않을거고, 난 맡붙어 때리지 않을거니까, 누구라도 제발 내가 맞을 때에는 내가 맞는 장면을 좀 적나라하게 찍어준다면. 그게 다시 시위에 나갈 내 마음의 버팀목인것 같다. 이젠 폭력진압이 능사가 되는 분위기니까. (지하철에서 불심검문한다는 말도 들린다 이젠) 일개 대한민국 국민인 내가 맞았다는 걸. 일개 대한민국 국민인 다른 사람들이 맞았다는 걸, 다른 대한민국 국민이 알아준다면. 조금은 맞은 사실이 덜 억울하지 않을까 싶다.
오늘 관보싣는다더니 미뤄졌다그러고.. (아악! 4일이 보궐선거라는걸 잊고있었따. 아놔.. 일단 보궐선거 지나고 또 관보에 실을꺼지?-_-;;;;;;비디오네;; )뇌내처리능력이 좁아서 시류를 못읽는건지 맞으면 관두겟지 싶은건지 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도무지 예측불허라서. 2Mb 정신좀 차렸으면 좋겠다. 천호동 이마트에서 국회의원한테 소고기 수입얘기 하나 했다고 맞고 연행당하신 분 힘내셔야 할텐데. 그 국회의원 변명해대는 꼴이 너무 어이가 없어서 우습고 대다수의 국회의원을 '사토라레'한 듯해서 이제야 그들을 납득할 수 있겠다는 생각조차 든다. 정말로 '지금 내가 야당인줄 알아!'라고 소리친거라면.. 대부분의 국회의원들 하는 꼴이 설명이 된달까. 잃어버린 10년은 늬들에게나 잃어버린 10년이라는걸 모르는지. 노회찬의원님 버스앞에서 드러눕고 강기갑의원님 삼보일배하시고 시위현장마다 참여하시고 진중권씨는 매일 중계하시고. 이 와중에 민주당 시위참여한다 해봐야 내 눈엔 다 똑같은 놈이고 다된 밥에 수저하나 더 놓으려는 걸로밖에 안보인다. 이회창도 말로만 하지말고 나오든지 (복당녀는 나오지 말고. ) 나와서 시위대랑 전경 중간에 서보던가. 국민좀 지켜보던가..

정확히 어느 블로그에서 저장한건지 기억이 안나서.. 출처표시를 못한걸 죄송하게 생각한다.
집에 와서 이 그림을 보고 울었다. 볼 때마다 울컥 눈물이 고인다. 갑갑하다.
글이 두서가 없다. 차분하게 글 쓰시는 분들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잘 차분해지지가 않는다.
좀 지나면 진정이 되려나. 함께하셨던 분들 집에서 중계보시면서 안타까워하신분들 다 고맙다. 계속 연락해주던 친구도 고맙고 계속 옆에 있던 estea와 막내 덕봉이도 고맙다. 다 고맙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덧. 여기저기서 글 보고 답답해서 덧붙이는 말인데.. 폭력시위니 뭐니 하시는분들.. 뭐 촛불이 화기라고 하면 어쩔수 없지만.. 그래서 소화기 쓴다고 생각하시는건 아닌지 묻고싶다. 정말 실제로 나와본 사람 아니면, 그게 폭력시위라고는 말 못할거다. '무장'전경이 곤봉으로 도망가는 '비무장'시민 때리는거 못봤나? '무장'시민이 '비무장'전경 때리는거 보고 오기라도 했나? 키워질은 안보이는 데 가서 좀 해줬으면 좋겠다. 혼자 쿨한척 하고 아주 경사났네. 네 민주주의는 다양성을 존중합니다. 그러니까 키워도 맘껏 키워질 할 수 있는 세상이 된거라는걸 좀 뇌안에 박아주길. 누군가가 흘린 피로 니가 키워질을 할 수 있는거란다 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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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다고 세상이 바뀌냐는 말도 들었는데, 어쩌겠어요. 이 떨칠수없는 죄의식이 있는데. 물맞고 녹초에 탈진 직전이라도 그날 잠은 편히 오더라구요. 간만에 발뻗고 편히 잤습니당 ㅋㅋ 아침 진압소식 듣기 전까진...-_-;;;;;; 경특 진입 후덜덜...ㅠㅠ
인터넷으로 중계 보면서 계속 울고만 있어요..... 어쩌다 이렇게 된건지..............ㅜㅜ
+ 그렇죠.. (주)대한민국 이란 나라는 없죠.... 대한민주공화국이 있을뿐..
방법이 하나만 있는건 아니래요. 민주공화국이잖아요. 다양성이 보장된다면 다양한 방법으로 참여할 수 있는거 아니겠어요. 전 정말 이렇게 떼로 뭉쳐서 한 목소리를 낼 수 있을줄 몰랐어요^^
개인보호장구가 되려 무기로 오인받을 상황도 생기면 좀 그렇지 않을까?
만 이천원이라는 가격 때문에 아무래도 사서 뿌리는 것 같은데..
혹여 호흡기에 안좋은 영향을 줄 수 있다고 하니(심하면 사망까지 -_-십라;;)
조금 안좋으시면 바로 병원을 찾아가세요.
저 곧 버스타고 올라갑니다.
초개같이 목숨 바치라는건지 이건뭐.. 답이없스빈다.
와서 촛불이나 켜고 ㅋㅋ 현장을 느껴보세연 막이럼 ㅎ
촛불문화제 나간 거 알았으면 응원 문자라도 하나 날렸을 텐데...
촛불그림올리기 같은것도 하더라. 정말 다양하기도 하지.. 홈페이지 해킹한 사람들도 멋지고.
각자 자기 나름대로 할수 있는 일을 하는거 아니겠어연.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