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와 키워드와 주석에 관한 이야기
- Posted at 2007/02/07 21:20
- Filed under Historic Realms
내 주변의 인물들만이 해당되는 이야기인지는 알 수 없지만, 나의 경우를 보면 주석이나 참고문헌을 갖추지 않은 책은 일반교양서적, 위의 조건을 충실히 갖춘 책은 전문서적으로 분류하곤 한다.
비록 하루 20명 들어오기도 미안한.; 부실한 블로그지만서도 키워드나 주석 기능에 집착하는 것은 어느 분야든 그 분야에 생소한 일반인과 관심을 가지고 있어서 기본 지식을 갖춘 사람을 막론하고 글을 읽고 이해하는데 지장이 없기를 바라는 마음이 크기 때문이다.
오랜만에 아직 저녁노을이 가시지 않은 시간에 집에 들어와서 올블로그를 뒤지다가 창덕궁의 건물들에 관한 글을 읽게 되었다. 아래에 글의 일부를 옮겨보겠다.
"...(전략)...하층의 가구架構는 마루 아래를 모두 우물천장으로 가렸으며, 내진주를 따라 분합문分閤門을 사방에 둘렀다...(중략)..공포는 이익공으로 기둥 윗몸에는 창방昌枋만을 짜 돌렸고, 주간에는 창방위에 화반花盤 하나를 놓았다. 가구는 고주와 고주를 대량大梁으로, 고주와 평주는 퇴량退梁으로 결구結構한 평범한것으로...(후략)"
건물은 평범한지 몰라도 글은 전혀 평범하지 않아 보인다. 글쓴이는 "서울육백년사"를 참고하신 듯 한데, 일반인이 읽으면 가히 외계어에 가까울 것 같다.
이와 비슷한 수준의 글의 예로는 문화재청 홈페이지의 문화재대관 화암사 극락전 편을 보자.
"다포계 맞배집이기 때문에 공포는 전 후면 만 배치했다. 주상에 각 1구씩을 두고 주간에도 1구씩 공포를 배치했는데 단지 전면 어칸에만 2개의 주간포를 짰다.
이 건물에서 가장 중시되는 부분이 공포의 형상과 구조이다. 외2출목, 내 3출목의 구조지만 그 위에 하앙이라는 부재가 빗 걸려있기 때문이다. 하앙은 지붕의 서까래와 도리 밑에서 밖으로 길게 뻗어 나와 처마를 받쳐주는 경사진 부재를 말한다. 보통 내단(內端)은 보나 도리에 고정시켜 지붕의 하중을 받게 하고 외단(外端)은 처마를 받치게 하여 두공을 중심으로 서로 균형을 이루는 구조이다. 이 방식은 다른 공포형식 보다 처마를 길게 뺄 수 있는 장점을 갖고 있으나 하앙이 미끄러져 내려올 수 있는 구조적 문제도 있다."
비록 그밥에 그나물이지만 애매한 단어를 어려운말로나마 설명해주는 이쪽이 그나마 쉬워보인다. 게다가 친절하게 사진자료와 도면까지 올라와 있다.

건물을 싹뚝!
문화재청 만세.
예를 들었던 맨 위의 글을 보자.
사실 공포工包라는 용어 자체는 순 우리말로 된 대체용어가 없는 단어이다. 원래 목수들이 쓰던 단어를 학계에서 같이 사용하고 있는데다가 저 단어 자체는 원 뜻을 포함하고 있지 않기도 하다. 사진으로 보자.;

Nikon D200 + AF-S Nikkor 18-70mm F3.5-4.5G .무위사 천왕문 세부. 2006년
용머리 위에 기둥끝에서부터 구름모양으로 밖으로 빠져나와있는 그 모호한 덩어리..전체가 공포 되겠다.
역시 사랑스러운 문화재청 홈페이지 설명은
"기둥 위에서 처마를 받치도록 주두, 첨차, 소로 등을 짜 맞춘 것"이다.
가히 점입가경-_-이 아닐수 없다. 아무런 전문지식이 없는 일반인일 경우 공포. 라는 단어 하나를 이해하기 위해 처마, 주두, 첨차, 소로. 의 관문을 거쳐야 하는 것이다.
저 사진에서는 첨차.는 보이지않고 기둥위에 목침같이 네모난 물건이 '기둥머리'란 뜻의 주두. 기둥과 기둥사이에 걸쳐진 나무가 창방.되겠다. 창방에서 건물 밖으로 뻗쳐나오는 물건이 살미. 그 중간에 작은 주두가 끼어있는것을 소로.라고 부른다. 주두 위에 가로로 뻗는 나무가 있으면 그 물건이 첨차.인데 애석하게 지금 동원할 수 있는 참고사진이 없어서 설명하기가 난감하다. 나중에 자료 구하는대로 키워드 걸겠다.
익공翼工이란 소혓바닥-_-처럼 건물 밖으로 뻗친 날개같은 물건(쇠서라고 부른다.)이 두개란 뜻이고 화반은 기둥하고 기둥 사이에 창방 위에 꽃모양 장식판을 말한다.
이외에 대량-_-은 큰대들보, 퇴량은 작은대들보. 정도로 이해하면 되겠다.;;;
전통건축 단어들은 한문찾기도, 설명하기도 아주아주 난감한 물건들이라 보통 도면이나 사진을 놓고 설명하는 경우가 많다. 이 글도 추후에 자료가 보완되는대로 참고자료를 잔뜩 달아서 개정할 생각이다. :)
이렇게 단어들을 설명하다보면 글의 흐름을 상하게 되고, 중구난방이 되는 효과를 막는 효과적인 수단이 주석 또는 키워드 기능일 것이다. 애용할수록 세련된 글쓰기가 가능해지는 좋은 도구라 생각된다. :)
메타사이트들을 돌아다니다보면, 보통사람을 배려하지 않은 글쓰기를 즐기는 사람들을 종종 볼 수 있다. 단순히 개인감정의 표출이나 메모형식의 글이라면 모르겠지만, 다른사람 읽으라고 글을 올리면서 타인에 대한 배려가 부족한 글을 발견하면 잠시 '-'a한 기분에 빠지곤 한다.
다 쓰고나니 공익광고 캠페인 같은 느낌이 들어 대략 어질;;
Posted by est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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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화재, 주석, 키워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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